제주학술대회의 여운이 아직 가슴을 적시고 있습니다.
약속을 어기고, 10년전(2002년 2월)에 제주에서 쓴 시를 대신 올립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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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줍은 미소의 사람이
당신이 오늘 자유로운 것은
제주의 바람이 가벼워서가 아니야.
耽羅하고도 西歸에 와서
구슬 적시듯 물결에 맡긴 발목 때문도 아니야.
뒷바라지 일곱 성상, 망가진 게
어디 몸매와 살결 그뿐이었을라구.
멋이라고 부린 러시아제 쌍안경에
바위섬 통째 납치해 갈 기세는 어디로,
어느 결 유채꽃 보고프다 조르는 그 모습이,
벌이에 지쳐 살림에 치여 묻어둔 그 마음이,
경복궁역 지하 기둥에 반쯤 숨어 기다리던
첫 데이트 수줍은 미소의 그 사람이,
밤새운 집어등 아랑곳없이 곯아떨어져서
이불도 남편도 걷어차 버린 채
종일 들썩들썩 아이를 업고 흥얼거리던
그 노랫가락처럼 새근거리는 것이다.